분거지상무중니(奔車之上無仲尼) – 질주하는 수레에는 공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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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거지상무중니(奔車之上無仲尼) – 질주하는 수레에는 공자가 없다.

분거지상무중니(奔車之上無仲尼) – 질주하는 수레에는 공자가 없다.

[달릴 분(大/6) 수레 거(車/0) 갈 지(丿/3) 윗 상(一/2) 없을 무(灬/8) 버금 중(亻/4) 여승 니(尸/2)]

유교의 시조요, 성인으로 추앙받는 孔子(공자)는 이름이 丘(구), 자가 仲尼(중니)다. 마구 달리는 수레 위(奔車之上)에는 공자가 없다(無仲尼)는 말만 떼어놓고 보면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재미있는 문구다. 이어지는 구절엔 伯夷(백이)가 등장한다. 그는 아우 叔齊(숙제)와 함께 周(주)나라의 전설적인 충신이다. 뒤집히는 배 아래에는 백이가 없다(覆舟之下無伯夷/ 복주지하무백이)란 말이다. 마구 달리는 말이나 뒤집히는 배는 위험하다. 그래서 성현은 위험한 곳에 있지 않는다고 본다. 앞도 내다보고 추이도 잘 생각하는 이들이 위험한 곳에 가지도 않고, 상황을 만들지도 않을 것은 당연하다.

급박한 상황 아래서는 아무리 점잖은 사람이라도 평소에 보여주던 인성을 잃어버린다는 각박한 해석도 한다. 바쁠 때에는 학문을 할 수 없고, 위태로울 때는 의리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난에 처하면 생존본능 앞에 도덕군자도 무너진다. 세차게 달리는 수레 위에서는 공자가 없고, 뒤집히는 배 아래서는 백이가 없다고 본다. 走馬看山(주마간산)의 뜻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다. 달리는 수레 위에서는 공자도 없다. 아무리 공자와 같이 모든 것에 통달한 인물이라도 달리는 수레 위에서 주변의 사항을 다 알 수 없다. 바쁜 세상 느긋이 갈 줄도 알아야 돌아가는 이치도 알고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의 출처는 ‘韓非子(한비자)’의 安危(안위)편이다. 중국 法家(법가)의 확립자 韓非(한비)는 나라를 평안하게 하는 방법과 혼란스럽게 하는 행동을 나열하고 나라를 안정시키려면 일정한 기준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한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천하 사람들이 규범을 따르고 법령에 따라 살아가면 사직은 탄탄하고 나라는 오래도록 평안할 것이라며 이어진다. ‘어지럽게 질주하는 수레에는 공자가 없고, 뒤집히는 배 아래에는 백이가 없다. 그래서 호령은 나라의 배나 수레와 같은 것이다(奔車之上無仲尼 覆舟之下無伯夷 故號令者國之舟車/ 분거지상무중니 복주지하무백이 고호령자국지주거).’ 나라의 법령이 어지러우면 지혜롭고 청렴한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비자는 나라의 안정이 법률에 의거해 옳고 그름이 명확해야 하는 데서 온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래야 현인이 나올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사람이 많으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임도 분명하다. 어떻게 해석하든 앞날의 큰 일이 닥쳤을 때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국민들의 지혜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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